백조와 학생의 어설펐던 경계선, 그 안에서 찾고자 했던 정체성. 예민함의 극을 달했던 1학기, 세상이 비뚤어져 보였다. 2과목 듣는다며 껄렁하게 다녔던 2학기. 어설픈 신분은 긍정적이던 성격을 '우울'하게 만들었다. 그렇게 만 스물네 살의 2009년이 간다. 12월 10일 이후부터 자체 송년회를 시작했다. 아니 사실은 그 이전부터. 아듀 2009. 참 즐겁게 놀았다. 그래서 이제 더 이상의 송년회는 없다. No more year end.
오늘.
오랜만에 머리를 쓰려니 잘 안돌아가고 깡통소리가 나고, 글도 안 써진다. 절망이다.
읽으려고 빌려왔던 정말 두꺼운 서양철학사는 한 페이지도 읽지 못했는데, 2주가 다 지나서 연체료가 붙기 시작했다. 짜증이 밀려온다. 스스로의 나태와 멍청함을 용서할 수 없다. 이럴땐 2PM의 노래 '니가 밉다'가 '내가 밉다'로 바뀐다.
우리조는 다 떨어졌다. 어이가 없다.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. 다들 최근에 공부 안한 티가 났다. 난 전날까지 술을 퍼먹었다. 얼굴은 부었다. 그 사람들은 도사인데, 내가 이걸 꼭 하고싶다는 열정이 안 보였던 것을 몰랐을리 없다고 생각한다. 고민은 도대체 왜 한걸까. 쓸데없는 고민, 진작에 개나줬어야 했다. 뭐 어차피 방학때 공부하려 했으니까 미련은 없다.
신기한 것은 이 잡지의 매력이다. 알수록 애정이 생기려 하고, 더 많이 알고 싶어진다. 그리고 그 곳에 가는 도중, 돌아오면서, 만났던 사람들로 인해 내가 대하는 세상이 조금 달라졌다. 순간의 예의바름으로 누군가에게 '인상깊은 청년'이 될 수도 있고, 마음씨 좋은 택시기사가 내 기억에 남을 수도 있다. 고생의 흔적이 가득한 얼굴의 대면은 알 수 없었던 미움을 '이해와 안타까움'으로 바꾸어 놓는다. 이런 경험으로 만족하며, 앞으로 이 잡지의 충실한 독자가 되보려 한다.
어제는 한길이가 "100억원대의 재산가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"하다는 말을 했고, 오늘은 다람언니가 "만약 이 글을 이건희가 읽는다면 공감할 수 있을까요"라는 물음을 던졌다. 요즘 이런 질문들이 많이 던져졌었는데, 그냥 넘겼다. 생각하는게 귀찮았기에 치열한 고민은 없었다. 그리고 이제 알았다. 내게는 '권력에 대한 경계'와 '한나라당=썩은물' 같은 생각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졌기에 고민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. 내가 철옹성같이 믿었던 '약자옹호의 논리'는 6년간 공부한 학문의 영향으로 구축된 '세뇌'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제 인정한다.
#. 사람은 태어났을 때 비워있던 의식세계를 사회화 과정을 통해 채워나간다. 그 과정에서 교육과 미디어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. 그러나 비록 세뇌의 결과라 할지라도, 그것이 보수일색이 아닌 진보임에 다행이다. 정의, 인권, 민주주의와 약자를 말하고 주목할 수 있음에 께어있는 느낌이다. 그런데 요즘은 여러 생각과 글과 경험들로 참 많이 흔들렸다. 그랬기에. 쏟아지는 반대 질문과 현실의 유리벽과 내 반박논리의 빈궁함을 느끼면서 작아졌다. 그 때에 멍청이는 대답할 수 없었다. 그순간 철저히 마주해야 했던 것은 반박논리가 떠오르지 않는 무지였다. 아 이런. OTL. 이래서 어떻게 글을 쓰고, 어떻게 상황을 전하고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꿈을 꾸는가.였다. 그럴 때 마다 작아졌고 좌절은 내재되어 갔다. 웃지않는 시간이 길어졌다.
더 이상 멍청이가 되고 싶지 않다. 내재된 좌절을 깨부시는 길은 지식을 쌓고 일관된 논리를 구성하는 것이다. 이것이 내게 남겨진, 오기이자 희망과 바람이다. 귀찮음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근성, 무지와 맞서 싸울 머리, 배우고 배워 쏟아내는 글발이 필요하다. 사실 그게 살 빼는 것보다 더 어려워보인다. 그러나 '해야한다'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.
#. 낙숫물에 파이지 않는 돌 없고, 나무뿌리에 틈을 열지 않는 바위없다.
#. "창의성은 화려한 건물이나 으리으리한 쇼핑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. 읽고, 듣고, 주장하고, 판단할 수 있는 기회" 에서 나온다.
몸과 마음이 지친 내게 주는 위로 하나.
#. When I look into the future, it's so bright it burns my eyes.
미래를 바라보았다. 너무 눈부셔서 눈을 뜰 수 없었다.
힘내 :P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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